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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omega;－)zZ</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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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guage>ko</language>
    <pubDate>Fri, 7 Aug 2026 06:42:3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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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agingEditor>スズキ</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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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omega;－)zZ</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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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ㅌㅁㄱ</title>
      <link>https://summeroverture.tistory.com/58</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4&quot; style=&quot;text-align: justify;&quot;&gt;&amp;nbsp;두들리 일당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교묘하고 집요해졌다. 깡마른 체구의 해리 포터는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육중한 그림자에 갇혀 영문 모를 발길질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지금, 해리는 텁텁한 흙먼지와 땀 냄새가 뒤섞인 공기를 가르며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헐렁한 옷감은 땀에 젖어 살갗에 척척 감겨왔고, 코끝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안경은 시야를 흐릿하게 방해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순간이었다. 해리의 앞에 별안간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해리는 황급히 걸음을 멈추려고 했지만, 균형을 잃은 몸은 벽을 피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해리의 예상과는 달리, 충격과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에 서늘하고 맑은 공기가 코를 찌르며 폐 속 깊이 밀려들어왔다.&lt;br&gt;&lt;br&gt;&amp;nbsp;해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믿기 힘든 광경과 마주했다. 조금 전까지 후덥지근한 건물 뒤뜰에 있었는데, 어느새 지면에서 한참 떨어진 급식실 지붕의 굴뚝 옆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숨을 몰아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냥감을 놓친 포식자처럼 분개하며 욕설을 내뱉는 두들리의 목소리가 발밑에서 멀어졌다.&lt;br&gt;&lt;br&gt;&amp;nbsp;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와 약간의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오던 그때, 정적을 깨는 낯선 목소리가 해리의 뒤에서 들려왔다.&lt;br&gt;&lt;br&gt;&amp;nbsp;“너, 거기서 뭐 해?”&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lt;br&gt;&lt;br&gt;&amp;nbsp;지붕 위에는 그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짧게 잘린 앞머리 아래로 커다란 눈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리보다 머리 하나쯤은 작아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여기는 어떻게 알고 올라왔어?” 그 아이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마치 흥미로운 문제를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다.&lt;br&gt;&amp;nbsp;&lt;br&gt;&amp;nbsp;해리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lt;br&gt;&lt;br&gt;&amp;nbsp;“나도 몰라. 그냥··· 정신을 차려 보니까 여기였어. 아마도 바람이 불었던 것 같아···.”&lt;br&gt;&lt;br&gt;&amp;nbsp;제 입에서 멋대로 튀어나온 말에 해리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그곳에 어떻게 나타났냐는 질문은 너무나 타당했지만, 해리는 정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해리는 조롱 섞인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가만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lt;br&gt;&lt;br&gt;&amp;nbsp;···하지만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고는 비웃는 기색 하나 없이 해리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해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아이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싱그러운 사과 향기가 해리의 코끝을 스쳤다. 프리벳가 4번지의 정원에서 나던 짙은 꽃향기와는 전혀 다른 향이었다.&lt;br&gt;&lt;br&gt;&amp;nbsp;“나는 니나야. 니나 윈슬렛.”&lt;br&gt;&lt;br&gt;&amp;nbsp;“나는 해리··· 해리 포터라고 해.”&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게 낯설었다.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일도 없었을뿐더러, 대개 그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니나라고 하는 여자아이는 해리의 엉망이 된 안경과 꾀죄죄한 옷차림을 훑어보았지만, 그 시선은 동정이나 멸시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웠다.&lt;br&gt;&lt;br&gt;&amp;nbsp;“너, 달리기 빠르더라. 꼭 날아가는 것 같았어.”&lt;br&gt;&lt;br&gt;&amp;nbsp;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말을 들어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니나는 그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았다. 니나는 “아, 맞다.”라고 중얼거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메론 맛 사탕을 꺼내 해리에게 내밀었다.&lt;br&gt;&lt;br&gt;&amp;nbsp;“먹을래? 아까 받았는데, 나는 단맛을 별로 안 좋아해.”&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다. 기울어 가는 햇살이 그들에게 내려앉았다. 학교에서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 준 아이는 처음이었다. 또한 무언가를 대가 없이 받는 것도 처음이었다.&lt;br&gt;&lt;br&gt;&amp;nbsp;잠시 동안, 해리는 아래에서 들려오던 소란을 잊어버렸다. 지붕 위에는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낮게 스치고 지나갔다. 니나는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발끝으로 철판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조금 흩어졌다.&lt;br&gt;&lt;br&gt;&amp;nbsp;“해리, 내일도 여기 올 거야?” 니나가 물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손바닥 위에 놓인 사탕을 가만히 쥐었다. 작은 종이 포장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아마도.”&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급식실 지붕 위에서의 그 기묘한 만남 이후, 해리는 한동안 꿈꾸는 듯한 기분으로 지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모부의 고함과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오는 두들리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해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lt;br&gt;&lt;br&gt;&amp;nbsp;어제 처음 본 아이가 준 사탕 하나에 이렇게 들뜨다니···. 해리는 자신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lt;br&gt;&lt;br&gt;&amp;nbsp;‘그 애도 곧 알게 되겠지···. 내가 얼마나 이상한 애인지.’&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수많은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학교 복도를 지나갈 때면, 평소보다 더욱 고개를 숙여 그 아이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피해 다녔다. 자신과 엮이면 그 애만 손해였기 때문이다.&lt;br&gt;&lt;br&gt;&amp;nbsp;하지만 니나 윈슬렛은 해리의 예상보다 훨씬 끈질겼다.&lt;br&gt;&lt;br&gt;&amp;nbsp;“안녕, 해리. 오늘은 지붕에 안 올라가?”&lt;br&gt;&lt;br&gt;&amp;nbsp;점심시간, 운동장 구석 낡은 벤치에 앉아 있던 해리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lt;br&gt;&lt;br&gt;&amp;nbsp;짧은 앞머리 아래로 헤이즐 색 눈을 반짝이는 니나가 해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해리는 본능적으로 옆에 놓아둔 낡은 가방을 끌어당기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lt;br&gt;&lt;br&gt;&amp;nbsp;“왜 왔어? 두들리가 보면 큰일이 날 거야.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러니?” 해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부러 쏘아붙였다. 하지만 니나는 기분이 상한 기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해리의 옆자리로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lt;br&gt;&lt;br&gt;&amp;nbsp;“두들리라면, 그 덩치 큰 아이? 걔는 지금 급식실에서 소시지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느라 바빠. 이곳에 오지는 않을 거야.”&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다리를 까닥거렸다. 해리는 그 아이가 당혹스러웠다. 학교의 아이들이나 프리벳가의 사람들에게선 본 적 없는, 그 태연함이 해리의 무딘 감각을 자꾸만 자극했다.&lt;br&gt;&lt;br&gt;&amp;nbsp;“나한테 왜 자꾸 말을 거니? 다들 나랑 엮이면 안 좋다고 생각하잖아.” 해리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웅얼거리듯 물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잠시 입술을 내밀고 생각에 잠기더니, 해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lt;br&gt;&lt;br&gt;&amp;nbsp;“나는 애들 말은 잘 안 믿어. 내가 직접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거든. 지붕 위에서 봤을 때, 너는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냥 나처럼 심심해 보였을 뿐이야.” 니나가 솔직하게 말했다.&lt;br&gt;&lt;br&gt;&amp;nbsp;“나는 심심하지 않아. 혼자 있는 게 더 익숙하니까.” 해리는 잠깐 멈칫하더니, 곧이어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일부러 성큼성큼 걸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던 탓에,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lt;br&gt;&lt;br&gt;&amp;nbsp;“어··· 어디 가, 해리? 아직 점심시간 많이 남았는데···.”&lt;br&gt;&lt;br&gt;&amp;nbsp;뒤에서 들려오는 니나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조금 조심스러웠다. 심장은 평소보다 빨리 뛰었다.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해리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었다. 어제 받은 사탕 껍질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잠깐 흠칫했지만,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두들리 일당의 눈을 피해 도서관 구석이나 운동장 뒤편의 낡은 벤치를 찾아다니는 것은 해리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평범한 일상에 조금 묘한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바로 니나 윈슬렛이었다. 그녀는 항상 해리를 쫓아다니며 해리가 걸음을 멈추면 함께 멈췄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따라왔다.&lt;br&gt;&lt;br&gt;&amp;nbsp;“해리, 너는 왜 항상 그런 커다란 옷만 입고 다니니? 꼭 텐트를 뒤집어쓴 것 같아.” 니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마치 신문 기자라도 된 것처럼 해리에게 말을 걸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코끝으로 흘러내리는 안경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니나의 목소리는 비난이라기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해리는 애써 그녀의 말을 무시했지만, 니나는 포기하지 않고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해리의 뒤를 따라왔다. 여전히 해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lt;br&gt;&lt;br&gt;&amp;nbsp;“내 사촌 옷을 물려받은 거야. 그거 말고는 입을 게 없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니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장 해리의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lt;br&gt;&lt;br&gt;&amp;nbsp;“그렇구나! 궁금했는데 해결됐어. 그런데 있잖아, 또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이마에 있는 그 흉터 말이야. 그것도 네 옷만큼이나 신기하게 생겼는데, 혹시 아프기도 하니?”&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아니, 아프진 않아. 그냥 자동차 사고 때문에 생긴 거야···.” 해리는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lt;br&gt;&lt;br&gt;&amp;nbsp;“자동차 사고 때문에 그런 모양이 생길 수 있니? 이상해. 꼭 번개 같아.” 니나는 해리의 노골적인 태도에도 멈추지 않고 다시 물었다.&lt;br&gt;&lt;br&gt;&amp;nbsp;그때였다. 아까부터 끊임없는 질문공세에 시달린 해리가 마침내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짧게 자른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는 해리를 피하지 않았다. 해리는 왜 이 아이가 자신처럼 볼품없고 이상한 소문이 따라다니는 아이에게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저기··· 자꾸 나랑 같이 다니면, 두들리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걔는 나한테 다가오는 아이들도 싫어한단 말이야.” 해리가 으르렁거리며 경고하듯 말했지만, 니나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분하게 대꾸했다.&lt;br&gt;&lt;br&gt;&amp;nbsp;“두들리가 무섭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궁금한 걸 참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너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 같아.”&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주머니에서 포장지가 끈적해진 사탕 하나를 꺼내 해리의 손에 슬쩍 쥐여 주었다. 해리는 잠시 멍하게 사탕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사람한테만 주는 선물이야. 아까 대답해 줘서 고마워.”&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해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리틀 윈징의 9월은 언제나 흐릿하게 시작되었다. 여름이 물러가자 하늘은 희뿌연 회색으로 흐려졌고, 세인트 그레고리 초등학교 운동장은 아침마다 옅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버즘나무 잎사귀가 서걱거렸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어중간한 날씨가 거리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9월의 리틀 윈징은 그런 곳이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 윈슬렛은 교실 앞에서 세 번째 줄,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운동장 가장자리의 나무들이 잘 보였다.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지는 동안, 니나는 창밖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각도를 보거나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관리인의 걸음 수를 세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가 속한 5학년 교실의 하루는 늘 정해진 대로 흘러갔다. 담임인 윌리엄스 선생님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면 아이들이 대충 대답했고, 따분한 수업과 별다를 것 없는 점심이 이어졌다. 그 무료한 쳇바퀴 속에서 이례적인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니나는 그런 평화가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윌리엄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서 깨지기 시작했다.&lt;br&gt;&lt;br&gt;&amp;nbsp;&quot;피오나 앤더슨.&quot;&lt;br&gt;&amp;nbsp;&quot;네.&quot;&lt;br&gt;&amp;nbsp;&quot;제이미 브라운.&quot;&lt;br&gt;&amp;nbsp;&quot;네.&quot;&lt;br&gt;&amp;nbsp;&quot;해리 포터.&quot;&lt;br&gt;&lt;br&gt;&amp;nbsp;정적이 흘렀다. 선생님은 안경 너머로 교실을 한번 훑어보고는, 곧바로 다음 이름을 불렀다. 니나는 서둘러 해리의 빈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 쪽의 맨 뒷자리, 창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그 자리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lt;br&gt;&lt;br&gt;&amp;nbsp;사실 해리 포터가 학교를 빠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가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돌아오곤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결석 이유를 물었지만, 요즘은 대충 이름을 넘겨버렸다. 아이들도 그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두들리 더즐리와 그들 무리의 괴롭힘에 엮이고 싶은 사람은 이 학교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니나는 달랐다.&lt;br&gt;&lt;br&gt;&amp;nbsp;니나 윈슬렛이 해리 포터를 처음 제대로 본 것은, 그다지 얼마 되지 않은 올해 봄이었다. 그날 해리는 니나가 앉아 있던 급식실 지붕 위로 갑작스럽게 나타났었는데, 니나가 말을 걸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둥지둥거렸다. 또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자신이 바람 때문에 날았다는 엉터리 같은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lt;br&gt;&lt;br&gt;&amp;nbsp;사실 니나는 해리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지금껏 들어본 것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말해서, 니나는 해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니나는 그날 이후로 해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가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으며 니나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기 때문에 그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니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해리 포터는 재미있는 사람이었고, 재미있는 사람 곁에 있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lt;br&gt;&lt;br&gt;&amp;nbsp;그날 점심시간, 니나는 급식 쟁반을 들고 이동하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창 너머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두들리 더즐리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두들리는 분홍빛이 도는 얼굴로 무언가를 씹으며 웃고 있었다. 해리 포터를 커다란 개에게 쫓아내 버렸다는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니나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lt;br&gt;&lt;br&gt;&amp;nbsp;그 생각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5학년 교실은 세 번째 수업으로 산수를 하고 있었는데, &amp;lt;분수와 소수&amp;gt;라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연필을 씹거나 창밖을 바라보게 만드는 주제를 배우고 있었다. 윌리엄스 선생님의 목소리가 낮고 단조롭게 이어졌다. 교실 뒤에서 누군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칠판에 적힌 숫자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지만, 니나는 집중할 수 없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해리가 결석하는 것이 단순한 감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애가 프리벳가 4번지에 살고 있으며, 두들리 더즐리가 못된 돼지 녀석이라는 것, 그가 언제나 누군가의 간식이나 점심을 탐내거나 빼앗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계단 밑 벽장에서 산다는 소문은 믿기 어려워 일단 보류해 두었지만, 해리의 깡마른 손가락이 머릿속을 스쳤다.&lt;br&gt;&lt;br&gt;&amp;nbsp;그로부터 며칠이나 흘렀다. 그날 아침 니나 윈슬렛은 학교에 가기 전에 부엌 찬장을 뒤졌다. 어머니가 주말 동안 장을 보았기 때문에 찬장에는 먹을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니나는 그 안에서 또래 남자아이가 좋아할 법한 것들을 골라 가방 안에 넣었다.&lt;br&gt;&lt;br&gt;&amp;nbsp;위스테리아 근처의 마켓에서 할인 중이라 사두었던, 버터 맛 비스킷 두 봉지 중 하나를 먼저 가방에 넣었다. 봉투 겉면에는 노란색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니나는 그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또 색색깔의 곰 모양 젤리 열두 개가 들어있는 젤리 한 봉지와, 엄마가 감기에 걸렸을 때 사두었던 레몬 캔디 다섯 알도 챙겨 넣었다. 포장지 두 개는 이미 끈적하게 녹아서 달라붙어 있었지만, 다행히 나머지 세 개는 멀쩡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마지막으로, 이번 주 용돈으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샀던 바나나 맛 초콜릿 바와 포도 맛 막대사탕 두 개를 자신의 도시락 가방 옆에 나란히 집어넣었다. 이제 가방은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엄마가 보았다면 소풍이라도 가는 거냐고 물었을 게 분명했지만 니나는 망설임 없이 가방 지퍼를 잠갔다. 남으면 도로 가져오면 됐다. 해리는 벌써 며칠째 결석 중이었지만, 니나는 왠지 오늘 그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해리에 관한 생각은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깊어져만 갔다. 검은색 메리제인 구두를 신은 작은 발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lt;br&gt;&lt;br&gt;&amp;nbsp;교실 문을 열었을 때, 니나가 그토록 찾던 해리 포터는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니나는 자신의 직감에 뿌듯해하며, 살짝 미소 지었지만 해리의 표정은 니나와 달랐다. 그는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니나는 자리에 앉으며 해리 쪽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해리는 그녀가 기억했던 것보다 더욱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갸름했던 뺨은 더욱 파리해져 있었고, 늘 입던 헐렁한 회색 스웨터가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lt;br&gt;&lt;br&gt;&amp;nbsp;&quot;해리 포터.&quot;&lt;br&gt;&amp;nbsp;&quot;네.&quot;&lt;br&gt;&lt;br&gt;&amp;nbsp;해리의 목소리는 짧고 낮았다. 윌리엄스 선생님은 잠깐 그를 바라보더니 별다른 말 없이 다음 이름을 불렀다. 두들리 쪽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해리는 듣지 못한 척 교과서를 펼쳤다.&lt;br&gt;&lt;br&gt;&amp;nbsp;점심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우르르 도시락을 꺼내거나 급식실로 향했다. 니나는 잠시 자리에 머물렀다. 해리는 가방을 뒤적이고 있었지만, 먹을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잠시 가방 안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내려놓았을 때, 니나는 자신의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lt;br&gt;&lt;br&gt;&amp;nbsp;&quot;해리.&quot;&lt;br&gt;&lt;br&gt;&amp;nbsp;그가 고개를 들었다. 초록색 눈에 경계심이 서렸다가 니나인 것을 확인하자 조금 누그러졌다. 니나는 해리의 책상 옆 의자를 당겨 앉았다.&lt;br&gt;&lt;br&gt;&amp;nbsp;&quot;너, 나흘 동안 없었잖아.&quot; 니나가 말했다.&lt;br&gt;&lt;br&gt;&amp;nbsp;&quot;그래서?&quot; 해리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lt;br&gt;&lt;br&gt;&amp;nbsp;&quot;그래서 기다렸어.&quot; 니나는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러고는 오늘 아침, 엄마 몰래 찬장에서 챙겨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 해리의 책상 위에는 비스킷 한 봉지와 딸기 맛 젤리, 레몬 캔디 다섯 알과 초콜릿 바, 포도 맛 막대사탕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수북하게 쌓이는 과자 더미를 보며, 니나는 처음으로 이 모습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꺼낸 마당에 다시 집어넣는 것은 더욱 이상했다. 해리는 당황한 듯 그 더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quot;···이게 다 뭐야?&quot; 해리가 겨우 물었다.&lt;br&gt;&lt;br&gt;&amp;nbsp;&quot;간식이지.&quot; 니나가 대답했다.&lt;br&gt;&lt;br&gt;&amp;nbsp;&quot;보면 알아··· . 내 말은 왜 이걸 나한테 주냐고.&quot;&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잠시 생각했다. 해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불쌍하게 여겨진다는 느낌을 받으면 무척 싫어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건 니나도 싫었다.&lt;br&gt;&lt;br&gt;&amp;nbsp;&quot;그냥? 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quot;&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니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니나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기다렸다. &quot;안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많이 가져오지는 않잖아.&quot;&lt;br&gt;&lt;br&gt;&amp;nbsp;'이 녀석,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lt;br&gt;&lt;br&gt;&amp;nbsp;&quot;엄마가 사다 주니까 이렇게 됐어···. 어쩌라고?&quot; 니나가 약간 쌀쌀맞게 덧붙였다.&lt;br&gt;&lt;br&gt;&amp;nbsp;교실 안에는 이제 해리와 니나 둘뿐이었다. 창밖에서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지나갔다. 해리가 말이 없자, 니나는 가방끈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웅얼거리듯 고백했다.&lt;br&gt;&lt;br&gt;&amp;nbsp;&quot;네가 없었으니까.&quot;&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는 다시 책상 위의 과자 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quot;···이거, 네 거 아냐?&quot; 해리가 중얼거렸다.&lt;br&gt;&lt;br&gt;&amp;nbsp;&quot;딱히···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quot; 그때, 니나는 해리는 잠깐 웃음이 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감추는 것을 보았다.&amp;nbsp;기분이 좋아졌나 봐.&lt;br&gt;&lt;br&gt;&amp;nbsp;그는 조심스럽게 딸기 맛 젤리 봉지를 집어 들었다. 비닐 포장을 뜯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또렷하게 울렸다. 해리가 곰 모양 젤리 하나를 천천히 입에 넣는 것을 보며, 니나는 의자 밑으로 다리를 흔들었다. 교실 안은 적막했지만 왠지 어색하지 않았다. 봉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창밖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적당히 섞여 오히려 나른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해리는 비스킷 봉투를 뜯으며 니나 쪽으로 살짝 밀었다.&lt;br&gt;&lt;br&gt;&amp;nbsp;&quot;너도 먹어. 이 비스킷은 그렇게 달지 않아.&quot; 해리의 말대로 니나는 비스킷을 깨물어 먹었다. 바삭하고 약간 짭조름한 것이 무척 맛있었다. 해리는 빨간색 젤리를 집어 들었다가 잠깐 망설이더니 초록색 젤리를 골랐다.&lt;br&gt;&lt;br&gt;&amp;nbsp;&quot;빨간 거 싫어해? 딸기 맛이 제일 맛있는데.&quot; 니나가 참견했다.&lt;br&gt;&lt;br&gt;&amp;nbsp;&quot;포도 맛이 더 맛있어.&quot; 해리가 반박했다.&lt;br&gt;&lt;br&gt;&amp;nbsp;&quot;이 젤리는 진짜 포도 맛이 아니야. 그냥 향수 같아.&quot; 그 말에 해리가 짧게 코웃음을 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해리가 보였다. 이제 해리는 빨간색 젤리를 하나 집더니 입에 넣고 있었다. &quot;정말 이게 낫네.&quot;&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대답 대신 파란색 젤리를 입에 넣었다. 그것은 다행스럽게도 향수 맛이 나지 않는, 톡 쏘는 소다 맛이었다.&lt;br&gt;&lt;br&gt;&amp;nbsp;그날 하굣길, 니나는 교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해리는 평소와 같이 두들리 패거리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만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주머니 한쪽이 이상하리만치 볼록하다는 사실이었다. 니나는 집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몇 장이 발밑에서 바삭 소리를 내며 밟혔다. 얼마쯤 걸었을 때, 뒤에서 짧은 목소리가 들렸다.&lt;br&gt;&lt;br&gt;&amp;nbsp;&quot;야··· 저기, 니나.&quot;&lt;br&gt;&lt;br&gt;&amp;nbsp;돌아보니 해리가 몇 걸음 뒤에 서 있었다. 해리의 머리카락은 또 바람에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lt;br&gt;&lt;br&gt;&amp;nbsp;&quot;고마워.&quot; 낮고 짧은 목소리였다.&lt;br&gt;&lt;br&gt;&amp;nbsp;&quot;별거 아니야.&quot;&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해리도 뒤따라 걷고 있는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방향이 달랐으므로 두 사람은 곧 서로 다른 쪽으로 멀어졌다. 니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내내 걸음이 가벼웠다. 가방이 비어서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그해 10월은 작년보다 더욱 추웠다. 하늘은 완전히 회색으로 굳어버렸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마른 잎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구석으로 쓸려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점심시간의 운동장은 그 썰렁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의 고함과 공 튀기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 포터는 운동장 구석에 있는 담벼락에 등을 대고 선 채 딱딱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빵은 어젯밤 페투니아 이모가 두들리에게 싸준 것의 남은 자투리였다. 가장자리가 말라 있었고, 속에 든 것은 버터뿐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촌인 두들리는 저 반대편, 정글짐 앞에서 그를 따라다니는 추종자 아이들과 함께 몰려 있었다. 피어스가 무어라 말하자 두들리가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해리는 시선을 돌렸다. 저쪽을 너무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lt;br&gt;&lt;br&gt;&amp;nbsp;해리가 담벼락 쪽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 구석은 두들리 패거리가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두들리가 늘 자리 잡고 있는 정글짐에서 가장 멀었고, 선생님들 눈에는 잘 띄지 않으며, 바람막이가 되는 담벼락이 있었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고른 위치였다.&lt;br&gt;&lt;br&gt;&amp;nbsp;하지만 문제는 그날따라 니나 윈슬렛이 도무지 요령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니나는 한 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곧장 그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저 애는 진짜···.’&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슬쩍 두들리 쪽을 확인했다. 아직은 괜찮았다. 두들리 무리는 여전히 정글짐 앞에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해리는 다시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니나가 운동장 중간쯤에 이르렀을 즈음 피어스가 고개를 돌렸다.&lt;br&gt;&lt;br&gt;&amp;nbsp;해리의 손이 멈췄다. 피어스 폴키스는 두들리 패거리 중에서도 눈치가 가장 빠른 축이었다. 두들리가 근육과 소리로 군림한다면, 피어스는 그것을 조금 더 교묘하게 활용했다. 그는 좁은 눈으로 운동장을 훑다가 니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두들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쳤다. 두들리가 고개를 돌렸다. 해리는 샌드위치를 손에 쥔 채 그 자리에서 굳었다. 니나는 여전히 자신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돌아가. 제발 돌아가.’ 하지만 니나는 돌아가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두들리 더즐리는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체구는 또래 아이들의 두 배는 되어 보였고,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피어스와 말콤이 양옆에 붙었다. 데니스는 뒤에서 씩 웃으며 팔짱을 끼더니 니나를 훑어보았다. 니나는 세 걸음쯤 앞에서 멈칫했다.&lt;br&gt;&lt;br&gt;&amp;nbsp;“어, 윈슬렛이잖아.” 두들리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발견했을 때의 그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어디 가는 거야?”&lt;br&gt;&lt;br&gt;&amp;nbsp;“지나가는 거야.” 니나가 대답했다.&lt;br&gt;&lt;br&gt;&amp;nbsp;“저기?” 두들리는 해리 쪽으로 턱을 까딱했다. 피어스가 낄낄거렸다. “저 자식한테 가려고?”&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옆으로 돌아가려고 발을 옮겼다. 그러자 두들리도 한 발짝 움직여 다시 길을 막았다. 크게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한 걸음이 니나의 앞을 완벽하게 막았다. 해리는 담벼락에서 등을 떼었다.&lt;br&gt;&lt;br&gt;&amp;nbsp;움직이면 안 돼.&lt;br&gt;&lt;br&gt;&amp;nbsp;머릿속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면 더 심해질 거야. 못 본 척 해. 니나가 알아서 할 거야.&lt;br&gt;&lt;br&gt;&amp;nbsp;그 목소리에 해리는 움직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lt;br&gt;&lt;br&gt;&amp;nbsp;“왜 맨날 저 애한테 가는 거니?” 두들리가 계속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지만, 조금 더 비열해져 있었다. “쟤가 뭐가 좋아? 맨날 혼자 구석에 처박혀 있잖아.”&lt;br&gt;&lt;br&gt;&amp;nbsp;“그게 무슨 상관이야.” 니나가 말했다.&lt;br&gt;&lt;br&gt;&amp;nbsp;“상관있지.” 피어스가 끼어들었다. “이상한 애들끼리 어울려 다니면 다 이상해지는 거잖아.” 그는 웃음을 참으며 두들리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 두들리?”&lt;br&gt;&lt;br&gt;&amp;nbsp;두들리는 대답 대신 낄낄대며 웃었다. 말콤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니나는 그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덤덤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도망가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해리는 그 모습이 어딘가 단단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심하게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lt;br&gt;&lt;br&gt;&amp;nbsp;“비켜 줘.” 니나가 조용히 말했다.&lt;br&gt;&lt;br&gt;&amp;nbsp;“왜?” 두들리가 물었다.&lt;br&gt;&lt;br&gt;&amp;nbsp;“지나가야 하니까.”&lt;br&gt;&lt;br&gt;&amp;nbsp;“다른 데로 가면 되잖아.” 두들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은 교묘한 방해였다. 그때 피어스가 니나의 도시락 가방 쪽을 흘깃 보았다.&lt;br&gt;&lt;br&gt;&amp;nbsp;“그거, 포터에게 주려는 거니?” 그가 능글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야, 두들리.” 피어스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네 사촌한테 여자친구가 생겼나 봐.”&lt;br&gt;&lt;br&gt;&amp;nbsp;그 말이 나오는 순간, 데니스가 뒤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두들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웃는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니나를 내려다보았다.&lt;br&gt;&lt;br&gt;&amp;nbsp;“여자친구라고?” 두들리가 음미하듯이 반복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가 약간 구겨졌다.&lt;br&gt;&lt;br&gt;&amp;nbsp;닥쳐.&amp;nbsp;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내 막혔다. 오른발은 앞으로 나가려다가 우뚝 멈췄다.&lt;br&gt;&lt;br&gt;&amp;nbsp;닥치라고 해봐야 더 신나게 굴 뿐이야. 그 목소리가 또 들렸다. 모른 척 해. 니나는 괜찮을 거야. 곧 포기하고 갈 거야.&lt;br&gt;&lt;br&gt;&amp;nbsp;그러나 니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옆으로 움직이자 두들리가 냉큼 막아섰다. 니나는 그를 무시하며 반대쪽으로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피어스가 슬쩍 경로를 막았다. 대놓고 잡거나 밀지는 않았다. 단지 거기 서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lt;br&gt;&lt;br&gt;&amp;nbsp;“거 참.” 두들리가 혀를 찼다. “끈질기네.”&lt;br&gt;&lt;br&gt;&amp;nbsp;“이상한 애들은 원래 눈치가 없대.” 말콤이 말했다.&lt;br&gt;&lt;br&gt;&amp;nbsp;“그래서 잘 어울리는 거 아니겠어?” 피어스가 덧붙였다.&lt;br&gt;&lt;br&gt;&amp;nbsp;그 순간 해리의 발이 움직였다.&lt;br&gt;&lt;br&gt;&amp;nbsp;그 자신도 정확히 언제 담벼락에서 등을 떼고 걸음을 옮겼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그는 두들리와 니나의 서너 발짝 뒤에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는 어디에 놓아뒀는지 기억이 없었다.&lt;br&gt;&lt;br&gt;&amp;nbsp;두들리가 해리를 발견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lt;br&gt;&lt;br&gt;&amp;nbsp;“오, 뭐야. 안경잡이 괴물이잖아.” 그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묻어 나왔다. “구하러 왔냐? 영웅 납셨구나?”&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할 것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저 두들리의 눈을 바라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들리는 해리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건 싸움을 걸기 전의 웃음이 아니었다. 해리는 그 차이를 잘 알았다. 오랫동안 구분해 왔으니까. 두들리가 지금 짓는 웃음은 더 나쁜 종류였다. 그것은 상대가 충분히 민망해졌다는 걸 확인했을 때의 웃음이었다.&lt;br&gt;&lt;br&gt;&amp;nbsp;“됐어.” 두들리가 말했다. 그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돌아섰다. “가자.”&lt;br&gt;&lt;br&gt;&amp;nbsp;피어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낄낄거렸고, 말콤이 해리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데니스는 낮은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해리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운동장 저편으로 걸어갔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해리가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았을 때, 니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잘 읽을 수 없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도시락 가방끈을 쥔 그녀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두들리나 피어스는 말할 것도 없었고, 어쩐지 니나에게도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을 가장 참을 수가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왜 그냥 돌아가지 않은 거야?”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롭게 나왔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눈을 깜박였다.&lt;br&gt;&lt;br&gt;&amp;nbsp;“뭐?”&lt;br&gt;&lt;br&gt;&amp;nbsp;“딴 데로 돌아가면 됐잖아.” 해리가 말했다. “굳이 저쪽을 지나올 필요는 없었어···. 운동장 끝을 돌아서 오면 됐잖아.”&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잠시 해리를 바라보았다.&lt;br&gt;&lt;br&gt;&amp;nbsp;“돌아가기 싫었으니까.” 그녀가 말했다.&lt;br&gt;&lt;br&gt;&amp;nbsp;“싫었다고?” 해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 애들이 얼마나 귀찮은 애들인지 알잖아. 괜히 눈에 띌 필요 없다고···. 나도 그래서 저쪽을 피해서 여기에 있는 거잖아.”&lt;br&gt;&lt;br&gt;&amp;nbsp;“알아.” 니나가 말했다.&lt;br&gt;&lt;br&gt;&amp;nbsp;“알면서 왜━” 해리가 맞받아쳤다.&lt;br&gt;&lt;br&gt;&amp;nbsp;“그냥.”&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그는 니나가 그런 대답을 할 때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이유를 설명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그게 어떤 종류의 고집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lt;br&gt;&lt;br&gt;&amp;nbsp;“다음부터는 돌아와.” 해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 애들이 너한테 시비 거는 거 별로야.”&lt;br&gt;&lt;br&gt;&amp;nbsp;“나도 별로야.” 니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lt;br&gt;&lt;br&gt;&amp;nbsp;“그럼 피해!” 해리가 자기도 모르게 약간 화를 냈다.&lt;br&gt;&lt;br&gt;&amp;nbsp;“피하기 싫은데?”&lt;br&gt;&lt;br&gt;&amp;nbsp;“왜?” 해리가 되물었다.&lt;br&gt;&lt;br&gt;&amp;nbsp;그러나 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도시락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옆에 쭈그려 앉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lt;br&gt;&lt;br&gt;&amp;nbsp;“여기 앉는 거야?” 해리가 기가 차다는 어조로 말했다. “여기 너 앉을 자리 없어.”&lt;br&gt;&lt;br&gt;&amp;nbsp;“있어.” 니나는 이미 자리를 잡고 도시락 가방을 열고 있었다.&amp;nbsp;&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니나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amp;nbsp;&lt;br&gt;&lt;br&gt;&amp;nbsp;'무슨 이런 애가 다 있지?'&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무어라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이내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니나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는 결국 니나의 옆에 주저앉았다. 해리는 괜히 발끝으로 흙을 긁었다.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바람이 한 번 불자 낙엽 몇 장이 그들의 발치에서 굴러갔다. 운동장 저편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lt;br&gt;&lt;br&gt;&amp;nbsp;“아까···.”&lt;br&gt;&lt;br&gt;니나가 해리를 조용히 불렀다. 해리는 대꾸하지 않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니나는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lt;br&gt;&lt;br&gt;“···와줬잖아.” 마침내 니나가 말을 끝냈다.&lt;br&gt;&lt;br&gt;&amp;nbsp;그 말에 해리는 가슴이 찌릿하는 통증을 느꼈다. 해리가 고개를 들자, 저 멀리 두들리 패거리가 작게 보였다. 그들은 이미 저 멀리 농구 골대 쪽에 가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늦었어.”&lt;br&gt;&lt;br&gt;&amp;nbsp;“그래도.” 니나가 단호하게 말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창피했다. 아까 더 빨리 나섰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니나가 저쪽을 지나올 때 뭔가 신호를 줬어야 했다. 두들리가 뭘 하려는지 보이자마자 움직였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lt;br&gt;&lt;br&gt;&amp;nbsp;“···다음에는.” 그가 말했다. “다음에는 돌아와. 그냥··· 그게 더 편해.”&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잠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오늘은 달걀 샌드위치인 모양이었다.&lt;br&gt;&lt;br&gt;&amp;nbsp;“생각해 볼게.” 그녀가 말했다. 해리는 그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았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샌드위치를 반으로 나눠 해리 쪽으로 밀었다. 해리는 잠깐 그것을 바라보다가 받아 들었다. 달걀과 마요네즈 냄새가 났다. 어젯밤 먹다 남은 버터 빵보다 훨씬 나은 냄새였다. “아까 샌드위치는 어디다 뒀어?” 니나가 물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담벼락 아래, 낙엽 위에 반쯤 구겨진 채 떨어져 있었다. “저기.”&lt;br&gt;&lt;br&gt;&amp;nbsp;“버려야겠네.” 니나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달걀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니나도 자기 몫을 먹기 시작했다. 운동장 가장자리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마른 잎 서너 장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해리는 두들리 패거리가 있는 쪽은 보지 않았다. 니나도 보지 않았다. 두 아이는 그저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해리는 체육관 뒤편의 좁은 처마 밑에서 축축하게 젖은 교복 소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는 두들리 패거리에게 한참이나 시달린 후에야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lt;br&gt;&lt;br&gt;&amp;nbsp;그러다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해리가 고개를 돌렸다. 니나 윈슬렛은 언제부터 온 건지, 짧은 앞머리에 맺힌 빗방울을 털어내며 해리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았다.&lt;br&gt;&lt;br&gt;&amp;nbsp;“너도 여기가 제일 편하니?” 니나가 툭 던지듯 물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까딱했다. “그냥··· 여긴 두들리가 오지 않는 곳이잖아.”&lt;br&gt;&lt;br&gt;&amp;nbsp;“나도 그래. 교실에 있으면 너무 시끄럽고, 내가 모르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거든.”&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무릎을 안고 턱을 괴었다. 그녀는 빗줄기가 만든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lt;br&gt;&lt;br&gt;&amp;nbsp;“···혹시 너는, 가끔 유독 나한테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니?”&lt;br&gt;&lt;br&gt;&amp;nbsp;니나가 대뜸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녀의 질문은 정말로 뜬금없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잘린 머리카락이 하루 만에 원상복구 됐던 일이나 이모부의 화를 돋웠을 때 벌어졌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니나는 해리가 대답하지 않아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lt;br&gt;&lt;br&gt;&amp;nbsp;“나는 가끔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분명 여기 살고 있는데, 진짜 내 집은 다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말이야. 이상하지?” 니나가 조금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멍하니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째서인지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문득 프리벳가 4번지의 계단 밑 벽장이 떠올랐고, 천장을 보며 상상하던 이름 모를 누군가의 잔상도 스쳐 지나갔다.&lt;br&gt;&lt;br&gt;&amp;nbsp;“난··· 나만 그런 줄 알았어.” 해리가 속삭였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해리를 놀란 눈으로 빤히 보았다.&lt;br&gt;&lt;br&gt;&amp;nbsp; “너도 그렇니?”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니나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lt;br&gt;&lt;br&gt;&amp;nbsp;“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비슷한 것 같아. 혹시 다른 애들은 모르는 일들을, 우리만 알고 있는 게 아닐까?”&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심 그녀의 말이 진실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니나는 그런 해리를 보고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해리의 대답을 들었다는 듯, 미련 없이 시선을 돌렸다.&lt;br&gt;&lt;br&gt;&amp;nbsp;대화는 끊겼지만, 빗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니나는 안경을 고쳐 쓰는 해리 옆에서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세고 있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방과 후의 교정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해리는 운동장 구석, 칠이 벗겨진 낡은 벤치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방 안에는 숙제가 가득했지만, 프리벳가 4번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때, 그림자 하나가 해리의 발치에 길게 드리워졌다.&lt;br&gt;&lt;br&gt;&amp;nbsp;“너도 집에 가기 싫구나?”&lt;br&gt;&lt;br&gt;&amp;nbsp;니나가 어느새 다가와 해리의 옆자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해리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낡은 운동화 끝으로 모랫바닥을 툭툭 찼다.&lt;br&gt;&lt;br&gt;&amp;nbsp;“그 집 사람들도 내가 자기네 집에 돌아가는 걸 싫어할 거야.” 해리가 덤덤하게 내뱉었다. 버논 이모부의 고함과 페투니아 이모의 날카로운 시선, 계단 밑 벽장의 퀴퀴한 냄새가 한꺼번에 떠올랐다.&lt;br&gt;&lt;br&gt;&amp;nbsp;“나도 그래. 뭔가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엄마는 다정하시지만 너무 슬퍼 보이고, 집안이 온통 텅 비어 있는 것 같거든.”&lt;br&gt;&lt;br&gt;&amp;nbsp;니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해리는 뜻밖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거의 매일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어오는 활달한 아이였으며, 해리는 내심 니나에게 분명 떠들썩한 가족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었다. 해리는 문득 자신이 니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외로워 보였다.&lt;br&gt;&lt;br&gt;&amp;nbsp;“아빠는··· 어떠시니?” 해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그 말이 자신이 니나에게 건넨 첫 번째 개인적인 질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lt;br&gt;&lt;br&gt;&amp;nbsp;“안 계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어. 얼굴도 기억 안 나.” 니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해리는 니나를 빤히 바라보았다.&lt;br&gt;&lt;br&gt;&quot;미안해.&quot; 해리가 말했다.&lt;br&gt;&lt;br&gt;&quot;괜찮아. 뭐 어때?&quot; 니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lt;br&gt;&lt;br&gt;&amp;nbsp;“···저기, 우리 아빠도 안 계셔.” 해리가 고백하듯 말했다. 니나만 안 좋은 일을 말하게 한 것이 왠지 불공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엄마랑 같이. 술 취한 사람이 운전했대.”&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이모부에게 수백 번도 넘게 들었던 그 불쾌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를 또래에게 하는 것은 굉장히 낯설었다.&lt;br&gt;&lt;br&gt;&amp;nbsp;“나한테 남은 건 이 이마의 흉터뿐이야.” 해리가 앞머리를 슬쩍 들어 올려 번개 모양 흉터를 보여주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숨을 죽이고 흉터를 바라보았다.&lt;br&gt;&lt;br&gt;&amp;nbsp;“···우린 참 비슷하다, 그렇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아빠가 없다는 것도, 집이 숨 막히는 장소라는 것도.”&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슬픈 기색 대신 오히려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숨결이 해리의 뺨에 닿았다. 해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해도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lt;br&gt;&lt;br&gt;&amp;nbsp;“니나··· 너는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하니?”&lt;br&gt;&lt;br&gt;&amp;nbsp;“그냥 밤하늘을 올려다봐. 그러면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계실 것 같다고 느껴지거든.” 니나는 팔을 뒤로 뻗어 바닥을 짚더니, 몸을 약간 기울였다.&lt;br&gt;&lt;br&gt;&amp;nbsp;“너도 그렇게 할래? 기분이 훨씬 괜찮아질 거야···.”&lt;br&gt;&lt;br&gt;&amp;nbsp;해리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조각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지만, 자리를 떠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해리는 처음으로 이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초등학교 생활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폭풍우가 밤새도록 외딴섬의 오두막을 두드리고 있었다. 해리는 소파 끝에 걸터앉은 채 두툼한 봉투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에메랄드색 잉크로 정갈하게 쓰인 글씨가 불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났다.&lt;br&gt;&lt;br&gt;&amp;nbsp;바위 위의 오두막&lt;br&gt;&amp;nbsp;마루&lt;br&gt;&amp;nbsp;H. 포터&lt;br&gt;&lt;br&gt;&amp;nbsp;그는 아직도 이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마법사라니.” 해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lt;br&gt;&lt;br&gt;&amp;nbsp;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프리벳가 4번지 계단 밑 벽장에 살던, 아무도 원치 않는 소년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호그와트라는 마법학교의 입학생이 되었다. 부모님도 평범한 분들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lt;br&gt;&lt;br&gt;&amp;nbsp;하지만 해리의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장엄한 마법 세계도, 해그리드가 보여준 요술 지팡이도 아니었다.&lt;br&gt;&lt;br&gt;&amp;nbsp;축축하게 젖은 운동장 구석의 낡은 벤치, 체육관 처마 밑,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세인트 그레고리 초등학교 급식실 지붕 위. 그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나란히 앉아 있던 한 여자아이였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무릎 위에 놓인 편지 봉투를 매만졌다. ‘니나에게도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lt;br&gt;&lt;br&gt;&amp;nbsp;잠시 희망 섞인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해리는 곧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해그리드의 설명대로라면 니나는 머글이었다. 마법 같은 것은 동화 속 이야기쯤으로 여길 게 분명했다. 어쩌면 해리가 마침내 미쳐 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해리는 가물거리는 벽난로 불빛을 멍하니 응시했다.&lt;br&gt;&lt;br&gt;&amp;nbsp;“아마··· 다신 못 보겠지.” 해리가 나지막이 내뱉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며칠 뒤, 호그와트 급행열차 창가에 앉은 해리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들판과 구불구불한 강줄기가 차창 너머로 멀어져 갔다.&lt;br&gt;&lt;br&gt;&amp;nbsp;옆자리에서는 새로 사귄 친구인 론 위즐리가 초콜릿 개구리를 집어삼키며 마법사 카드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지만, 해리는 그의 말에 적당히 대꾸하다가도 종종 넋을 놓고 생각에 잠겼다. 마치 저 먼 창공 어디선가 그 아이가 불쑥 나타나기라도 할 것처럼, 자꾸만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lt;br&gt;&lt;br&gt;&amp;nbsp;‘지금쯤 니나는 뭘 하고 있을까?’&lt;br&gt;&lt;br&gt;&amp;nbsp;아마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아이들 틈에 섞여 점심을 먹거나, 해리를 대신한 누군가의 팔을 붙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떠들거나, 선생님들조차 당황하게 할 법한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리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낯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어둠이 짙게 깔렸을 무렵, 학생들은 마침내 거대하고 웅장한 성 앞에 당도했다. 수천 개의 촛불이 허공에 떠 있는 대강당에 들어섰을 때,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천장은 마법에 걸린 듯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었고, 빼곡하게 박힌 별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긴 테이블마다 수백 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고, 정면의 높은 단상 위에는 교수들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lt;br&gt;&lt;br&gt;&amp;nbsp;이윽고 맥고나걸 교수가 기다란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장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lt;br&gt;&lt;br&gt;&amp;nbsp;“이름을 부르는 학생은 앞으로 나오세요.” 딱딱한 목소리가 연회장을 울렸다.&lt;br&gt;&lt;br&gt;&amp;nbsp;“핀치-플레츨리, 저스틴!”&lt;br&gt;&lt;br&gt;&amp;nbsp;한 소년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갔다. 낡은 분류 모자가 소년의 머리 위에 씌워졌다.&lt;br&gt;&lt;br&gt;&amp;nbsp;“후플푸프!”&lt;br&gt;&lt;br&gt;&amp;nbsp;잠시 후 모자가 외치자, 한쪽 테이블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해리는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을 느꼈다. 이름이 하나둘 불릴 때마다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는 것처럼 세게 요동쳤다.&lt;br&gt;&lt;br&gt;&amp;nbsp;기차 안에서 만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네빌 롱바텀이 그리핀도르에 배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해리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피어올랐다. 이대로 아무 기숙사에도 배정받지 못한다면? 다시 프리벳가 4번지와 세인트 그레고리 초등학교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모와 이모부, 두들리의 비웃음과 구박이 걱정되었지만, 그는 다시 니나 윈슬렛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에 나갈 수 없던 이유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생각이 뒤엉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기숙사 배정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lt;br&gt;&lt;br&gt;&amp;nbsp;“포터, 해리!”&lt;br&gt;&lt;br&gt;&amp;nbsp;대강당 안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가, 이내 거대한 웅성거림으로 뒤덮였다. 수백 개의 시선이 해리의 정수리에 박히는 듯했다. 해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숙인 채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모자가 눈을 가렸고, 낡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lt;br&gt;&lt;br&gt;&amp;nbsp;“음.” 그의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lt;br&gt;&lt;br&gt;&amp;nbsp;“어렵군, 어려워. 용기가 가득 차 있군. 심성도 나쁘지 않고. 재능이 있군. 오 이럴 수가, 그래···.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멋진 열망, 거 참 흥미롭군···. 그런데 널 어디에 넣어야 하지?”&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의자 가장자리를 꽉 잡고 생각했다. ‘슬리데린은 아니야, 슬리데린은 아니야.’&lt;br&gt;&lt;br&gt;&amp;nbsp;“슬리데린은 아니라고?”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확실해? 넌 위대해질 수 있어. 여기 네 머릿속에 다 있다고. 슬리데린은 네가 위대해지는 데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야.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아니라고? 그럼, 네가 그렇게 확신한다면··· 그리핀도르가 나을 거야!”&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모자가 마지막 말을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걸 들었다. 모자를 벗고 해리는 비틀거리며 그리핀도르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선택되었다는 것과 슬리데린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에 어찌나 마음이 놓였던지, 자신이 지금까지 가장 큰 갈채를 받고 있다는 것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반장인 퍼시도 일어서서 손을 힘차게 흔들었고, 위즐리 쌍둥이 형제는 “포터가 우리 기숙사에 왔다! 포터가 우리 기숙사에 왔다!”라고 환성을 질렀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쿵쿵 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양피지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 명의 이름이 더 지나가고, 장내가 잠시 진정되었을 때였다.&lt;br&gt;&lt;br&gt;&amp;nbsp;“윈슬렛, 니나!”&lt;br&gt;&lt;br&gt;&amp;nbsp;낯익은 이름이 들린 그 순간, 해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lt;br&gt;&lt;br&gt;&amp;nbsp;‘뭐라고?’&lt;br&gt;&lt;br&gt;&amp;nbsp;해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대기하고 있던 줄 끝에서 한 여자아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썹이 드러나는 앞머리, 짙은 쌍꺼풀이 진 눈매, 그리고 익숙한 뒷모습. 해리는 넋이 나간 채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맥고나걸 교수가 분류 모자를 그녀의 머리 위에 씌웠다.&lt;br&gt;&lt;br&gt;&amp;nbsp;그리고 일초도 채 지나지 않아—&lt;br&gt;&lt;br&gt;&amp;nbsp;“그리핀도르!”&lt;br&gt;&lt;br&gt;&amp;nbsp;환호 소리가 다시금 대강당을 뒤흔들었다. 니나는 모자를 벗어 의자 위에 내려놓고는 고개를 들었다. 학생들 사이를 천천히 훑어보던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고, 이내 그녀의 눈이 예리해졌다. 해리를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해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지붕 위에서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그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그녀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해리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lt;br&gt;&lt;br&gt;&amp;nbsp;“너도 여기 있었구나.” 니나가 주변 소음에 묻히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까 배정받는 것 봤어. 너 유명 인사라며?“&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니나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lt;br&gt;&lt;br&gt;&amp;nbsp;“···네가 예전에 말했던 그 ‘바람’ 말이야.” 니나는 그런 해리를 보고도 별 생각이 없는지, 턱을 괴고 여전히 해리와 눈을 마주치며 덧붙였다. “역시··· 왠지 그렇게 느껴졌어.”&lt;br&gt;&lt;br&gt;-&lt;br&gt;&amp;nbsp;&lt;br&gt;&amp;nbsp;해리는 천문탑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발밑으로는 검은 호수가 심연처럼 일렁였고, 머리 위로는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었다. 숲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칠 때, 해리는 제 옆에서 바삐 움직이는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니나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망원경을 정밀하게 조정하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저기를 봐, 해리. 오리온자리야.” 그녀가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별들을 하나하나 잇기 시작했다.&lt;br&gt;&lt;br&gt;&amp;nbsp;“저 별들은 사실 아주 먼 과거에서 온 빛이래. 수만 광년을 날아와서 지금 우리 눈에 닿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 중 몇 개는 이미 수천 년 전에 타버려 사라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죽어버린 별의 잔해가 지금 우리를 비추고 있는 거야. 근사하지 않니?”&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나름대로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니나가 내뱉는 ‘광년’이라거나 ‘가스 덩어리’ 같은 낯선 단어들은, 론의 잠꼬대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해리에게 별이란 그저 천문학 숙제를 할 때 지도 위에 위치를 옮겨 적어야 하는 귀찮은 점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가 덧붙인 마지막 말만큼은 왠지 가슴 한구석에 와닿았다. 그것은 비록 곁에 없지만 여전히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부모님의 사랑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lt;br&gt;&lt;br&gt;&amp;nbsp;“사실 저 별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저 사람들이 제멋대로 선을 그어서 그렇게 보이게끔 만든 것뿐이야.” 니나가 다시 망원경 렌즈에 눈을 바짝 가져다 대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해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lt;br&gt;&lt;br&gt;&amp;nbsp;“그럼 사냥꾼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니?”&lt;br&gt;&amp;nbsp;&lt;br&gt;“응, 맞아.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해.” 니나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완전히 없는 건 아니야. 우리가 그렇게 믿기로 마음먹었으니까.”&lt;br&gt;&lt;br&gt;&amp;nbsp;밤바람이 니나의 앞머리와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고 지나갔다. 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니나는 평소의 침착함은 어디론가 치워버린 듯 조금 들뜬 기색이 되었다. 평소보다 커진 손짓과 별빛을 가득 머금은 채 반짝이는 눈동자와 진지한 설명을 늘어놓으면서도 숨길 수 없는 설렘이 배어 나오는 그 얼굴을, 해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는 대신, 곁에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 얼굴 어디에도 볼드모트나 예언, 혹은 흉터 같은 어두운 그림자는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순수하게 동경하는 투명한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lt;br&gt;&lt;br&gt;&amp;nbsp;그 순간, 해리의 머릿속에 기묘하면서도 강렬한 생각이 스쳤다. ‘이 아이가 계속 저런 표정으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영영 사라지지 않고, 전쟁의 불길이 이 고요함을 집어삼키지 않는다면···.’&lt;br&gt;&lt;br&gt;&amp;nbsp;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숨을 쉬는 것보다 더 또렷하고 절실하게 느껴졌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애에서 가장 간절하고도 무거운 소원을 밤하늘에 빌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 어느덧 니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너 지금 또 딴생각하고 있었지?”&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lt;br&gt;&lt;br&gt;“아니야. 그냥··· 나도 선을 그어보고 있었어.”&lt;br&gt;&lt;br&gt;&amp;nbsp;“무슨 선을 말이야?” 니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흩뿌려진 별들 사이에, 남들은 결코 보지 못할 비밀스러운 선을 조용히 그어보았다. 그것은 자신과 니나를 단단히 잇는 선이었다. 사냥꾼 오리온보다는 훨씬 엉성하고 서툰 모양이었지만, 적어도 이 밤 천문탑 위에서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분명한 진실이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초여름의 싱그러운 풀 내음이 호그와트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독했던 시험도 모두 끝이 난 해리는 실로 오랜만에 어떤 일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나른한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 니나 윈슬렛은, 근처 잔디밭 위에 쭈그리고 앉아 해리에게 만들어 줄 화관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제멋대로 흐트러져 있었다.&lt;br&gt;&lt;br&gt;&amp;nbsp;“가만히 좀 있어 봐, 해리.” 니나가 짐짓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lt;br&gt;&lt;br&gt;&amp;nbsp;“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해리가 물었다.&lt;br&gt;&lt;br&gt;&amp;nbsp;“움직이면 다 망친단 말이야. 이건 아주 섬세한 작업이라고.”&lt;br&gt;&lt;br&gt;&amp;nbsp;솔직히 말해서, 그 화관은 해리가 보기엔 이미 망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헤르미온느가 엉망으로 만들었던 뜨개질 모자나 양말처럼 간신히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꽃들의 길이는 제각각이었고, 엉성하게 엮인 줄기는 자꾸만 매듭을 비집고 풀려나기 일쑤였지만, 니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필사적으로 줄기를 묶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니나가 삐뚤빼뚤한 화관을 해리의 머리 위로 조심스레 씌워 주었다. 화관은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해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lt;br&gt;&lt;br&gt;&amp;nbsp;“웃지 말라니까!” 니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lt;br&gt;&lt;br&gt;&amp;nbsp;“이게··· 이게 뭐야, 나 지금 꼭 낙엽 더미에서 구르고 온 팽(해그리드가 기르는 검은색 털의 개—옮긴이) 같지 않니?”&lt;br&gt;&lt;br&gt;&amp;nbsp;“조용히 해!” 니나는 화가 난 척 쏘아붙였지만, 그녀의 입가에도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한참을 웃던 해리는 문득 자신이 방금 지나간 몇 분 동안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볼드모트가, 다가올 암담한 미래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는 사실은, 해리로서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해리는 약간 놀랐지만, 그 말을 굳이 니나에게 전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화관을 벗지 않아 니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니나의 화관은 해리를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게 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amp;nbsp;“정말 그러고 성안으로 들어갈 거니?” 니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지만, 해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lt;br&gt;&lt;br&gt;&amp;nbsp;“응. 그럴 거야.”&lt;br&gt;&lt;br&gt;&amp;nbsp;니나는 답지 않게 당당한 해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lt;br&gt;&lt;br&gt;-&lt;br&gt;&amp;nbsp;&lt;br&gt;&amp;nbsp;눈부시게 찬란한 초록빛 섬광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로질렀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비명이 아득하게 귀를 울렸다. 해리는 얼른 몸을 비틀어 피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밤하늘을 닮은 긴 머리카락이 해리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언뜻 귓가에 나약한 신음이 들렸던 것 같았다. 그게 자신의 목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 해리는 알 수 없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멍하게 눈을 깜박였다. 니나 윈슬렛의 가느다란 몸은 이미 시들어 버린 꽃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당황으로 얼룩진 녹색 눈동자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lt;br&gt;&lt;br&gt;&amp;nbsp;서서히 니나의 얼굴이 보이자, 해리는 또 다른 공격이 빗발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는 저도 모르게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해리의 무릎이 처참하게 땅에 박혔다.&lt;br&gt;&lt;br&gt;&amp;nbsp;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해리는 알 수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주위를 가득 채우던 처절한 비명도, 급박한 외침도, 날카로운 웃음도, 비탄에 잠긴 울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해리는 자신이 지금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 니나? 내 말 들려?”&lt;br&gt;&lt;br&gt;&amp;nbsp;이상하게도 한세월이나 흐른 것 같았다. 마침내 해리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해리의 눈동자는 굳게 닫힌 니나의 눈꺼풀부터, 채 다물어지지 않아 윗니가 언뜻 보이는 입술까지 정처 없이 오가며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넘어지면서 놓친 게 분명한 그녀의 지팡이는 폐허가 된 돌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파리한 손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니나의 자세는 무척이나 불편해 보였다. 이대로 두면 분명 내일 아침 팔다리가 아프다고 울상을 지을 게 확실했다. 그녀를 깨워야만 했다···.&lt;br&gt;&lt;br&gt;&amp;nbsp;“니나, 일어나! 이런 데서 자면, 분명 아플 텐데···.”&lt;br&gt;&lt;br&gt;&amp;nbsp;해리의 목소리는 사정없이 떨리다가 결국 귀를 유심히 기울이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고개를 푹 숙인 해리의 주변은 이미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해리와 니나가 있는 곳만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고 느긋했다. 작은 신음도, 숨소리도, 옷자락이 쓸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죽었다.&lt;br&gt;&lt;br&gt;&amp;nbsp;그녀는 방금 불과 몇 초 전 해리 포터를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살인 저주를 막아냈고, 해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죽었다. 십수 년 전 그의 부모님처럼, 우스울 정도로 맥없이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공포도, 분노도, 슬픔도 없었다. 그저 공허뿐이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어야 했다. 일어나선 안 됐다···. 현실이 까마득히 멀어졌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부셨다. 1998년 5월 2일, 해리 제임스 포터는 꿈에서 깨어났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대연회장은 승리의 환호와 울음이 뒤섞인 채 소란스러웠다. 먼지와 연기로 흐릿해진 공기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지만, 그 빛은 어딘가 기운이 빠진 듯 차갑게 느껴졌다.&amp;nbsp;&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비틀거리듯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그의 등을 두드리거나 이름을 불렀지만, 그 소리는 물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윙윙거렸다.&lt;br&gt;&lt;br&gt;&amp;nbsp;해리의 발걸음은 그리핀도르 식탁 근처에서 멈췄다. 바닥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누워 있었다. 리무스, 통스, 프레드···. 그리고 그 곁에, 해리가 한동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얼굴이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니나 윈슬렛은 눈을 꼭 감은 채 누워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잠에 든 것 같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천천히 니나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내려앉은 먼지가 그녀의 속눈썹 위로 옅게 쌓여 있었다. 해리는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눈꺼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나 그녀가 파르르 떨리는 눈을 천천히 뜰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니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스치듯 만졌다. 손끝에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늘 어렴풋이 남아 있던 비누 향 대신에 진하고 역겨운 피와 화약 냄새가 풍겼다.&lt;br&gt;&lt;br&gt;&amp;nbsp;그 순간, 해리의 머릿속에 억눌린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붕 위에서 건네던 첫인사. 집요하게 뒤를 따라오던 발소리.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던 목소리.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던 말. 곁에서 전해져 오던 온기.&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니나의 차갑게 식은 손을 잡아 자기 뺨에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 그녀의 손등을 적셨다. 하지만 니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정하게 참견하던 목소리도,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다소 피곤해 보이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의 낡은 식탁 앞에 멍하니 걸터앉아 있었다. 남자의 뱃속에서는 아까부터 주인 모를 수천 개의 목소리들이 쉬지 않고 끔찍한 비명을 질러 댔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부엌 구석의 오래된 벽난로는 희미한 불씨를 일렁이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 포터는 공허한 얼굴로 식탁 너머 어딘가에 시선을 둔 채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뱃속을 울리던 비명이 사라졌다. 아련하게 타들어 가던 불길도 조용해졌다. 소름 돋는 적막이 찾아오자, 뒤이어 낯선 감각이 엄습했다.&lt;br&gt;&lt;br&gt;&amp;nbsp;바로 그때,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 온 수많은 사건들이 모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게 전부 꿈이라면 어떨까? 공허한 질문은 어두운 지하 부엌을 정처없이 떠돌았다. 크리처가 그를 위해 가져다준 당밀 타르트와 프랑스식 양파 수프는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소리 나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구석에 놓인, 오래된 책상에는 수북하게 쌓인 먼지 위로 해리가 지금 이 순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어떤 이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눈을 감자, 그 가방을 걸치고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던 뒷모습이 흐릿하게 스쳤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머리를 흔들어 가까스로 잔상을 지운 뒤, 책상으로 다가가 가방 안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벌어져 있는 틈을 살짝 건들자,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챙겨갈 것 같은 교과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두꺼운 표지 사이로 붉은색을 띠는 무언가가 삐져나와 기묘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스프링이 달린 작은 수첩이었는데, 디자인으로 보아 머글 잡화점에서 산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해리는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그것을 펼쳐 보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고, 시선은 정신없이 흔들렸다.&lt;br&gt;&lt;br&gt;&amp;nbsp;그 애는 종종 자신을 역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그 애 덕분에 숨을 쉬었거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됐고. 나는 걔가 자기 자신을 좀 더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lt;br&gt;&amp;nbsp;최근 들어 그 애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 교수님이 그렇게 되시고 나서 더욱 심해진 것 같아. 어떻게 하지? 걱정돼.&lt;br&gt;&amp;nbsp;있잖아, 나는 그 애가 마음 편하게 햇빛 아래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맛없는 음식에 투덜대고, 실없는 농담에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소원이 괴상하지? 하지만 정말 웃길 거야!&lt;br&gt;&amp;nbsp;무서워. 그래도 맞서 싸워야만 해.&lt;br&gt;&amp;nbsp;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 애가 끝까지 살아남아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해리가 나를 평생 못 잊으면 좋겠어···.&lt;br&gt;&lt;br&gt;&amp;nbsp;속이 비틀리는 감각이 해리를 덮쳤다. 그것은 이제 비명이 아니라, 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숨이 거칠어지던 찰나, 해리는 마침내 수첩 귀퉁이에 적혀 있던 마지막 문장을 발견했다.&lt;br&gt;&lt;br&gt;&amp;nbsp;짧은 그 문장은 언뜻 보이게도 자기 자신에게 전하는, 굳건한 다짐처럼 보였다. 수첩을 들고 있던 투박한 손이 무너져 내렸다.&lt;br&gt;&lt;br&gt;&amp;nbsp;절대 티 내지 마, 니나 윈슬렛!&lt;br&gt;&lt;br&gt;&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책상 서랍의 가장 마지막 칸에 넣어둔, 오래된 나무 액자를 꺼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체구가 작은 소녀가 손때가 잔뜩 묻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말간 미소를 짓고 있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엄지로 그 얼굴을 가만히 문질렀다. 언제나처럼 소녀의 눈은 약간 멀리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나 결혼해.” 해리가 한 번 숨을 고르고 말했다.&lt;br&gt;&lt;br&gt;&amp;nbsp;“넌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니?”&lt;br&gt;&lt;br&gt;&amp;nbsp;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이었다.&lt;br&gt;&lt;br&gt;&amp;nbsp;“네가 하도 사정을 하니까, 이제 좀 행복해지려고.”&lt;br&gt;&lt;br&gt;&amp;nbsp;낡은 인화지 위의 얼굴은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잔인했다. 해리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미소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lt;br&gt;&lt;br&gt;&amp;nbsp;“아쉬우면 죽지 말았어야지, 바보야. 난 10년이 넘도록 너를 원망했다고.”&lt;br&gt;&amp;nbsp;“···이젠 네가 날 원망할 차례야.”&lt;br&gt;&lt;br&gt;-&lt;br&gt;&amp;nbsp;&lt;br&gt;&amp;nbsp;리틀윈징의 세인트 그레고리 초등학교 급식실 옆에는 얼마 전 커다란 사과나무 한 그루가 심어졌다.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 익명의 자선가가 요청한 사항이었다. 지붕까지 길게 뻗은 나무의 잎사귀는 밀려드는 바람에 아스라이 흔들렸다.&lt;br&gt;&lt;br&gt;&amp;nbsp;우리의 이야기가 끝나는 그 찬란하고 청명한 화요일, 초등학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리호리한 남자가 그곳에 나타날 거라는 징조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척도 없이 등장한 남자는 잔뜩 헝클어진 까만 머리카락에, 장례식장에서나 볼 법한 새까만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무로 향하기 시작했다. 청사과처럼 녹음을 띤 눈은 햇살 어린 잎사귀와 가지에 못박혀 있었다.&lt;br&gt;&lt;br&gt;&amp;nbsp;담벼락 너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득했다. 그는 조금 나른해 보이는 얼굴로 한숨을 푹 쉬고는 기둥에 몸을 기댄 채 스르르 내려앉았다.&lt;br&gt;&lt;br&gt;&amp;nbsp;이내 고개를 치켜든 남자의 입가가 벌어졌다.&lt;br&gt;&lt;br&gt;&amp;nbsp;“여기 좋지. 내가 골랐어.” 해리가 말했다.&lt;br&gt;&lt;br&gt;&amp;nbsp;무성한 가지 어디선가 참새가 짹짹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lt;br&gt;&lt;br&gt;&amp;nbsp;“성목을 옮기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라 하더라고. 생각보다 절차가 많더라. 덕택에 헤르미온느까지 불렀어.”&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또다시 잎사귀 사이로 날아갔고, 장대비 같은 소리가 머리 위를 덮쳤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lt;br&gt;&lt;br&gt;&amp;nbsp;“네가 없는데도 해가 뜨는 게 아직도 마음에 안 들어. 오늘 신입 오러 녀석이 실수로 내 망토를 태워 먹은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네가 봤으면 분명 박장대소했겠지만—”&lt;br&gt;&lt;br&gt;&amp;nbsp;해리가 퉁명스럽게 내뱉자 바람이 잠시 멎었다. 운동장은 고요했다.&lt;br&gt;&lt;br&gt;&amp;nbsp;“알겠어. 그만할게.”&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씁쓸하게 웃고는 입을 다물었다.&lt;br&gt;&lt;br&gt;&amp;nbsp;사과나무잎이 사락사락 흔들렸다. 해리는 그게 웃음소리 같다고 생각했다.&lt;br&gt;&lt;br&gt;&amp;nbsp;한참 뒤, 급식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쇠가 맞부딪히는 짧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아무것도 모른 채, 서로를 밀치고 소리를 지르며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났다.&lt;br&gt;&lt;br&gt;&amp;nbsp;공 하나가 사과나무 아래까지 굴러왔다. 아이 하나가 달려와 그것을 주워들었다. 잠깐 해리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관심을 잃고 다시 뛰어갔다. 사과나무 잎사귀가 다시 한번 흔들렸다. 이번에는 웃음처럼 들리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양복 자락을 털었다. 나무를 향해 더 말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왔을 때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lt;br&gt;&lt;br&gt;&amp;nbsp;뒤돌아보지는 않았다.&lt;br&gt;&lt;br&gt;-&lt;br&gt;&lt;br&gt;가능세계 에필로그&lt;br&gt;&lt;br&gt;&amp;nbsp;기나긴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흐릿해졌던 시야가 별안간 선명해졌다. 깊숙이 박히던 서늘한 죽음의 감각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고, 대신 콧등을 간지럽히는 것은 지독하리만치 그리운 향기였다. 그것은&amp;nbsp;비 온 뒤의 흙 내음이 섞인 싱그러운 사과 향이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 포터는 떨리는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주름진 피부 대신 탄력 있는 열일곱 살의 뺨이 만져졌다.&lt;br&gt;&lt;br&gt;&amp;nbsp;그는 지금 세인트 그레고리 초등학교 급식실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어린 시절, 두들리의 괴롭힘을 피해서 마법처럼 날아올랐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 급식실은 희뿌연 공간에 덩그러니 있었고, 운동장이 있어야 할 곳에는 모래 대신 안개가 자욱했다.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곳에서 황금빛 햇살이 해리의 얼굴을 감쌌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이곳이 그때 본 킹스크로스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시린 눈을 깜박이며 그 빛 너머를 보려고 할 때였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해리는 그것을 영영 모르는 척하고 싶다고 생각했음에도, 고개는 반사적으로 돌아갔다.&lt;br&gt;&lt;br&gt;&amp;nbsp;니나 윈슬렛은 지붕 위에 박힌 낡은 굴뚝 앞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작은 몸을 감싼 원피스가 바람에 나부꼈다. 허벅지 사이로 원피스 자락이 파고드는 모습조차 해리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amp;nbsp;“왜 이렇게 일찍 왔어?”&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몇 걸음 떨어진 지점에 우뚝 서서 그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발끝이 지붕의 경계에 걸린 채, 마치 한 발만 더 내디디면 툭 떨어질 사람처럼 위태로운 자세였지만 해리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lt;br&gt;&lt;br&gt;&amp;nbsp;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는 손을 어색하게 쥔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술을 떼었다.&lt;br&gt;&lt;br&gt;&amp;nbsp;“···부족해?”&lt;br&gt;&lt;br&gt;&amp;nbsp;“더 오래 살면 좋잖아.” 니나가 대답하며 말갛게 웃었다.&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목구멍 깊숙이 차오르는 무언가를 가까스로 억눌렀다. 비명인지, 울음인지, 스스로도 구분할 수 없었다. 가슴 가운데가 오래된 상처처럼 쑤셔왔다.&lt;br&gt;&lt;br&gt;&amp;nbsp;아내의 웃음, 아이들의 손, 새벽까지 이어지던 업무 보고서, 익숙해진 일상의 소리들. 숨이 막혀 왔다. 그는 살아냈다. 정말로, 필사적으로. 하지만 니나를 마주하자, 그 모든 삶이 사실은 죄가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마치 단두대 앞에 서있는 죄수가 된 기분이었다.&lt;br&gt;&lt;br&gt;&amp;nbsp;“···나 힘냈어.”&lt;br&gt;&lt;br&gt;&amp;nbsp;목소리는 갈라졌고, 뱃속에서는 오래 참아온 것들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울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던 습관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lt;br&gt;&lt;br&gt;&amp;nbsp;“응.”&lt;br&gt;&lt;br&gt;&amp;nbsp;“밥도 먹고, 일도 하고.”&lt;br&gt;&lt;br&gt;&amp;nbsp;“맞아.”&lt;br&gt;&lt;br&gt;그녀는 여전히 담담했다.&lt;br&gt;&lt;br&gt;&amp;nbsp;“난 결혼도 했어.” 이제 해리는 니나가 화를 내기를 바랐다.&lt;br&gt;&lt;br&gt;&amp;nbsp;“알고 있어.”&lt;br&gt;&lt;br&gt;&amp;nbsp;해리의 고개가 퍼뜩 올라갔다. 믿을 수가 없었다.&lt;br&gt;&lt;br&gt;&amp;nbsp;“원망 안 해?” 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lt;br&gt;&lt;br&gt;&amp;nbsp;“내가 그러라고 했는걸. 행복했어?”&lt;br&gt;&lt;br&gt;&amp;nbsp;니나의 물음에 해리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쌓아 올린 행복은 늘 한구석이 비어 있는 불완전한 성이었다.&lt;br&gt;&lt;br&gt;&amp;nbsp;“···덕분에.” 해리가 조금 일그러진 얼굴로 토해내듯 답했다. 입꼬리가 경련하듯 올라갔다.&lt;br&gt;&lt;br&gt;&amp;nbsp;“그럼 됐어.”&lt;br&gt;&lt;br&gt;&amp;nbsp;“그래도 여전히 그리웠어.”&lt;br&gt;&lt;br&gt;&amp;nbsp;“조금 다행이네.” 니나가 서글픈 얼굴로 웃더니, 천천히 해리를 향해 걸어왔다.&lt;br&gt;&lt;br&gt;&amp;nbsp;니나는 한쪽 손을 내밀어 해리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해리는 저도 모르게 약간 움찔했다. 그녀의 손길은 실재하는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lt;br&gt;&lt;br&gt;“있지, 해리···.” 니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lt;br&gt;&lt;br&gt;&amp;nbsp;“나,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 수첩에도 쓰지 못하고, 죽는 순간까지 입 안에서 맴돌던 말···.”&lt;br&gt;&lt;br&gt;&amp;nbsp;니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삐죽거렸다. 해리는 그 버릇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수줍고도 간절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해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lt;br&gt;&lt;br&gt;&amp;nbsp;“나, 참기만 했으니까···.”&lt;br&gt;&lt;br&gt;&amp;nbsp;니나는 고개를 들어 해리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자리가 북처럼 울리는 것 같았다.&lt;br&gt;&lt;br&gt;&amp;nbsp;“이제, 나한테··· 키스해 줄래?”&lt;br&gt;&lt;br&gt;&amp;nbsp;해리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회한과 그리움을 담아 그녀를 끌어안았다.&lt;br&gt;&lt;br&gt;&amp;nbsp;입술이 맞닿는 순간, 학교 운동장의 소음도, 붉은 노을도, 지나온 고통스러운 세월도 모두 정지했다. 지붕 위로 불어온 바람이 사과나무 잎사귀를 흔들며 지나갔다. 두 사람의 형체는 빛에 잠기듯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꿈처럼.&lt;br&gt;&lt;br&gt;&lt;/p&gt;</description>
      <category>オリキャラリスト</category>
      <author>スズキ</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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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2 Jul 2026 22:01:1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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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NAI</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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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2 Jul 2026 14:30:3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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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르완 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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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5 Oct 2023 23:03:3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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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Eve Valentin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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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スズキ</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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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6:10:0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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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realnothink 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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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スズキ</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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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5:36:0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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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Sion Carter</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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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オリキャラリスト</category>
      <author>スズキ</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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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5:28:3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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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ynthia Knightley</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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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スズキ</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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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5:25:4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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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Nina Winsle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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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オリキャラリスト</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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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5:14:0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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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www.suzuki.com</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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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Sep 2023 04:55:1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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